logo
|
Blog
    🔗 YouTube 채널
    오변의 브런치

    변호사님 결혼 안 하셨죠?

    이혼전문변호사로 일하다가 결혼이 늦어진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오아영 변호사's avatar
    오아영 변호사
    Jul 13, 2026
    변호사님 결혼 안 하셨죠?

    1년 차 변호사 시절 자주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변호사님 아직 결혼 안 하셨죠?"

    이제 갓 변호사가 된 제게서 어딘가 서툰 느낌이 나서기도 하겠지만,

    결혼을 해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기혼자들의 눈에서 보면 미혼이 묘하게 티가 난다는 사실을요.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미혼에게는

    가정사에 찌들지 않은 어딘가 파릇파릇한 느낌이 있습니다.

    미혼이라고 답변하면 

    "변호사님은 결혼 안 해서 모르시겠지만"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들.

    그때는 저를 애 취급하는 것처럼 들려 기분이 썩 좋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게 연차가 쌓이자 질문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변호사님 이혼 전문이시라 비혼이신 거 아니에요?"

    이젠 변호사로서 노련해 보이기는 하는데,

    여전히 미혼인 티는 났나 봅니다.

    실제로 저는 결혼이 많이 늦었습니다.

    38살이 되어서야 결혼을 했으니까요.

    결혼이 늦어진 데에는 분명 직업적 영향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사건과 함께 수백 번 결혼하고 수백 번 이혼했고,

    결혼을 하기도 전에 이혼부터 먼저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이혼 사건을 하도 많이 하다 보니,

    부부 사이 분쟁에 대한 나름의 빅데이터도 쌓이더군요.

    이제는 상담 중 의뢰인의 몇 마디만 듣고서

    "아~ 남편 분이 자기 말 틀리다고 그러면 꼭지 돌아서 대화 안 통하죠?"라고 덧붙이면,

    마치 저를 용한 무당 보듯 깜짝 놀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남편의 유형에 대한 나름의 데이터가 생기고,

    한 가지만 보아도 대충 열 가지 상황이 짐작되니 결혼을 하려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사람은 이래서 싫고, 저 사람은 저래서 싫고.

    이 사람은 나중에 이런 부분이 분명 문제가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미혼인 이혼전문변호사는 대부분 결혼이 늦지요.

    일을 하다가 결혼 회의론에 빠지면 그때부터 비혼주의의 길을 걷기도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어찌어찌 결혼까지는 했습니다.

    그렇게 결혼에 대해 잘 안다니 결혼생활은 잘하냐구요?

    중이 제 머리는 못 깎더라구요.

    저도 의뢰인들과 똑같은 이유로 남편과 싸웁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경험한 것은 천지차이였어요.

    다만, 의뢰인들과 비교했을 때 부부 싸움이 월등하게 적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분쟁을 빠르게 해결하는 편이라고 자부합니다.

    짧고 굵게 싸웁니다.

    그리고 저도 언젠가는 이혼할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갑니다.

    마치 직장인들이 가슴팍에 사직서 한 장씩 품고 다니듯이.

    언제든 이혼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함께 하는 이 순간들이 소중해지니까요.

    이혼전문변호사의 결혼은 그렇습니다.

    👉 오변의 브런치 글 보러가기

    Share article

    광고책임변호사 : 오아영 변호사 | 법률사무소 로아시스

    RSS·Powered by Inblog